천안아산좋은뉴스 2008

[김민호] 계약갱신을 거절당한 기간제노동자의 해고 보호

실다이 2009. 9. 16. 02:13

계약갱신을 거절당한 기간제노동자의 해고 보호

 

 

김 민 호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 노무사)

 

2009년 7월 1일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2년이 됐다. 그 무렵 한 공기업에서 1년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매년 계약갱신을 통해 수년간 일해 온 기간제노동자*들이 상담을 왔다. 그들은 최근 들어 회사로부터 줄줄이 계약갱신을 거절을 예고하는 통지서를 받았다면서 회사가 <기간제법>을 악용해서 자신들을 부당하게 해고한 것 아니냐면서 보호받을 길이 없는지 물었다.

 

질문몇 년 전 회사는 기간제 사원들의 신분안정을 위해 매년 근무평가를 통해 75점 이상만 되면 무조건 계약갱신을 한다는 절차규정을 취업규칙에 명문화했습니다. 이러한 계약갱신절차규정을 담은 채용공고를 내자 우수한 기간제 사원들이 입사했고, 매년 근무평점 75점 이상자들은 전원 계약을 갱신해 왔고, 그 중에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중인 자들도 있습니다. 이런 회사에 보답하고자 저희들은 정규직보다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현재 기간제 사원들은 적게는 1차례에서 많게는 8차례까지 계약갱신을 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기간제법> 시행 2년이 된 지난 2009년 7월 1일 이후부터 회사는 근무평가도 하지 않고 더 이상의 계약갱신을 거절해 해고하고 있습니다. <기간제법>은 기간제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알고 있는데, 저희들이 <기간제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요?

답변 2007년 7월 1일 시행된 <기간제법>은 기간제 및 단시간노동자의 불합리한 차별시정과 근로조건 보호를 입법목적으로 삼고 있지만, 내용면에서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기간제법>은 제4조에서 기간제노동자의 고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2년 초과 시점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소위 ‘무기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회사가 기간제노동자를 고용해서 2년을 넘겨 사용하면 이후부터는 정규직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정당한 해고사유 없이는 함부로 해고하지 못하도록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칙 제2항에서 “제4조의 규정은 이 법 시행 후 근로계약이 체결·갱신되거나 기존의 근로계약기간을 연장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간제노동자는 근무기간이 2년이 되었건 10년이 되었건 관계없이, <기간제법> 시행일(2007년 7월 1일) 이후 첫 기간제근로계약 체결일 또는 갱신일로부터 근무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정당한 해고사유 없이도 단지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이유로 해고하더라도, <기간제법>으로는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질문 그러면 전혀 보호받을 수 없는 건가요? 너무 억울합니다.

답변 <기간제법>이 시행되기 전 대법원 판례는 ‘기간제노동자의 기간만료를 이유로 한 근로관계 종료라 할지라도 취업규칙 등에서 계약갱신 의무를 지우거나 계약갱신 요건 등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고 있어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나 규정에 위반하여 계약갱신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비록 계약갱신이 1회에 불과하더라도) 임용의 근거가 된 법령 등의 규정이나 계약 등에서 임용권자에게 임용기간이 만료된 근로자를 재임용할 의무를 지우거나 재임용절차 및 요건 등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고 있어 근로자에게 소정의 절차에 따라 재임용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그 절차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자를 재임용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실질적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대법원 2002두8640 판결 ; 대법원 2007두11566 판결 등)

 

질문 그러면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기존의 판례에 근거해서 해고 보호받을 수 있는지요?

답변 기존 판례에 의한 해고 보호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유효할 것인지가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기간제법>이 시행되지 않았다면 기존 판례에 따라 해고 보호를 받았을 텐데, <기간제법> 시행으로 인하여 더 이상 이러한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되는가 하는 점 때문입니다.

물론 <기간제법>이 기존 판례를 대체하여 비정규직 보호의 기준을 새로 마련했다고 보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볼 여지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1) <기간제법>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로 보는 기준이 제시되었다고 해서 기존의 보호 기준이 모두 폐기되었다고 볼 이유가 없는 점, (2) 이 법 시행으로 인해 불의의 피해를 보는 노동자가 발생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은 기간제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이 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인 점, (3) 이 법의 보호 규정이 적용되는 상황과 기존의 판례 법리가 적용되는 상황이 동일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도 위와 같은 판례는 그대로 유효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기간제법>에 의한 해고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취업규칙 등에 계약갱신 요건에 관한 근거규정 등이 마련되어 있어서 일정한 요건만 충족하면(예 : 일정점수 이상의 근무평점 등) 당연히 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기존 판례에 근거한 해고 보호를 주장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 기간제근로계약 :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말함.

* 기간제노동자 : 기간제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를 말함. “계약직”, “비정규직”이라고도 함. 반대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는 “정규직”이라고 함.

2009년 9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