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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가 좀비족으로 부활한다

실다이 2009. 8. 12. 23:49

콜럼버스가 좀비족으로 부활한다

김난주

 

커피 콩빛 얼굴에서 아름답고 신비롭게 빛나는 눈, 볼록하고 커다란 눈망울로 정면을 향한 소녀를 보니 심장이 콩당 거린다. 아직 어린데 낯빛은 왜 그리 진지할까. 그림책 <꿈이 있는 얼굴>의 앞표지에서 만난 소녀를 따라 책 안으로 들어가서 아프리카, 유럽, 북아메리카 남부에 살고 있는 흑인 청소년들의 표정을 봤다. 장난기라곤 모두 숨어버린 듯 찾을 수 없는 얼굴이지만, 누구나 청소년이라면 지니고 있는 특별한 눈길이 강렬하다.

 

나와 함께 책 속에서 주인공들을 만난 수민이와 민지는, 그들이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알아차리려고 찬찬히 세 번이나 봤다. 동물들에게 물리지 않을 안전한 집에서 살거나 마음껏 뛸 수 있는 큰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것 같다나. 맛있는 걸 먹거나 친구들과 실컷 놀고 싶은 아이도 있을 테고 학교에 가고 싶은 아이도 있을 테지만 그러지 못해서 속상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이다. 꿈꾸는 얼굴을 속상한 표정이라고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남북한은 휴전 상태에서 평화협정을 맺지 못한 채, 분단 나이 환갑이 되어간다. 풍요를 추구하는 식민주의로 국민을 이끌었던 몇 나라가 침략을 일삼는 바람에, 많은 나라와 민족이 해체되거나 전쟁과 내분을 겪었다. 중류계급을 벗어나서 하류를 밟고 상류로 올라서는 게 문화적 관행으로 확산되는 바람에, 생명이 가장 소중하다던 지구별은 상류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지구촌이 되었다.

 

생각 없이 드라마와 광고를 느껴버릇하면, 순진한 생각을 하게 된다. 신자유주의를 흉내 내서, 빠르게 따르지 않으면 낙오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온갖 깃털로 치장했던 까마귀마냥 새상품을 걸치지 않으면, 가치 없다고 매도한다. 인류의 기원이었던 흑인이 노예로 유린당했고, 오천 년 문명을 기록으로 남긴 동양은 체면과 형식에 발목 잡혀 쓸모없다고 평가받았다. 서양 중심 세계화의 시선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질서라고 할 수 있는 자연에 의해 민족이 형성되었으므로, 민족의 다양성을 아름답게 여기고 다름을 고맙게 여기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자연스럽지 않은 표정으로, 목표를 상실한 듯 질주만 하는 세계화 괴물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동양학에 관심을 보인다. 콜럼버스가 좀비족이 되어 부활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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