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과 6일, 이쁜 할머니들이 채소 파는 성환 전통장
1일과 6일, 이쁜 할머니들이 채소 파는 성환 전통장
성환시장 전통5일장 상인회 회장 최승렬 씨는 120명 전통장 상인들의 친목을 도모하고 보호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이 지역은 성환배와 개구리참외가 특산물인데, 배는 시장에 안 나오고 서울로 바로 올라가서 못 팔고, 개구리참외도 농사를 안 짓는지 구경하기 어렵다. 내로라 할 만 한 게 있다면 국밥이다. 국밥집들은 전날 저녁부터 문을 여니까 열이틀 벌어서 한 달 먹고 사는 거다. 전통시장이라지만 장에 특별한 게 없는 셈인데도 필요한 건 한꺼번에 다 살 수 있고 이웃도 만날 수 있어서,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5일장에 오는 걸 좋아한다. 하나 더 달라고 말 할 수 있는 건 정이랄까, 에누리가 없는 대형마트에는 정마저 없을 것만 같다.
성환장과 아우내장(병천)은 1일과 6일, 둔포장과 안성장은 2일과 7일, 진천장은 5일과 10일이다. 장을 펴는 곳으로 상인들은 같이 가기도 하고 따로 흩어지기도 한다. 성환 시장 상인들은 자본도 없고 주변에 터도 없어서 주차장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차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걱정이라고 한다. 먹고 살기 어려워지니까 장사꾼이 느는데, 어느 정도 선에 왔기 때문에 상인회에서는 별 수 없이 묶어야 하는 실정이란다. 물가는 오르고 경제는 어려워서 비싸게 떼어오고 예전 가격으로 팔다보니 마진이 적어졌고, 무엇보다 손님들이 통 뭘 사러 나오질 않으니 매상이 절반으로 떨어진 게 제일 힘들단다.
장 골목마다 짝지어진 무리들이 칡 덩굴처럼 사방으로 뻗어 있는데, 어느 한 끝으로는 시멘트 벼락박에 죽 기대앉아서 나물을 파는 할머니들이 있다. 아욱, 졸, 강낭콩, 미나리, 파, 깻잎, 고추 등 철 채소들을 말끔히 다듬고 묶어서 예쁘장하게 펼쳐놨다. 셋째 아들과 양대에서 살고 있는데, 젊어서는 살림 살고 논밭 하느라 4년 전부터 장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할머니는 네 시가 되어 가는 지금까지 졸 이천 원어치 팔아서 점심 밥 이천 원어치 사 먹었다며 웃는다. 그 옆에 앉은, 피부가 고우신 할머니는 사진 찍지 말고 신문에 내지도 말라 한다. 사돈이 보면 어찌 되겠냐고 정색을 하며 단속한다. 그러나 좀 떨어진 곳에서 호박 잎 까칠한 줄기를 다듬어내며 함박웃음으로 말을 거는 할머니도 있다.
“여섯 식구 먹구 살아야헝 게 한번 씩 나오는 겨. 매느리가 낳은 셋째 딸이 지금 여섯 살이여. 늦게 낳아서 또 딸잉게 매느리가 울었디야! 나도 서운해긴 서운해더라구. 그래도 말 할 수 있어? 내가 뭔 눈치를 줘? 나도 딸인디. 그 손주년 울면 ‘사내동생도 못 본 년이 울긴 뭘 울어?’하고 내가 소리는 지르잖어? 그라믄 ‘내가 남동생 안 보고 싶어서 그랬어?’이러구 말대꾸를 혀싸. 말은 맞지, 쪼끄만 년이! 쩌쪽 저 할매 말여. 쩌 할머니가 장에 나와서 지나가는 사람더러‘이거 가져가유!’ 허면, 손님이‘심 들어서 해가지고 온 걸 가져가라 그려?’하면서 얼쯘얼쯘 해자너? 그러구선 받아들고 그냥 가는 겨! 그라믄 할매가‘가져가면서 뭘 주고 가져가야지! 그냥 가져가려 허먼 돼?’해자너. 보고 있다가 우리는 얼매나 배꼽을 잡나 몰러. 이 할매 때매 그렇게 맨날 웃는겨. 이쪽 앉은 이 할매는, 가끔 나와 있시믄, 오는 사람마다 부잣집 할머니가 왜 여기 나와 앉았냐고들 혀. 농사징 게에. 심심해니 께에. 삼 년을 그렇게 돈도 벌고 사람 기경도 해구. 남는 건 가지고 가구, 그래, 재밌잖어? 손자 손녀 줄 거 사 가구! 글고, 저쪽 율금리2구 셋째 아들네서 살고 있는 김순태(85세) 할매는 머스매 같어. 지랄맞은 터주대감, 골칫덩어리여.”
“지금은 까불게 내버려 둬.”
어엿한 언니, 김할머니의 즉각적인 대꾸에 할머니들이 한바탕 깔깔깔 웃는다. 받아갖고 온 거 아니고 농사 진 거 해온 거니까 오륙만 원은 벌어 간단다. 유대왕 헤롯 아들 아킬라우스가 로마의 승인을 받아 왕위를 계승했을 때, 심지 않은 것을 거두는 무서운 사람이라며 유대인들이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심어서 거둔 것으로 이만큼 벌어가니 참 떳떳하고 신명나겠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 확장이 전통시장과 중소 유통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서, 생필품을 파는 전통시장의 매출이 40조원에서 26조원으로 뚝 떨어진 이상 현상을 정상화하면, 지역마다 정감이 더욱 넘치겠다. 깔깔깔 웃는 나날이 이어지면, 이 벼락박 할머니들이 증손주들에게도 사 줄 거 사주며 장수하시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천안아산좋은뉴스 김난주 기자
▲ 최시내 작화 (상명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