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중항쟁 원형사적지 옛 전남도청을 보존합시다
5.18 민중항쟁 원형사적지 옛 전남도청을 보존합시다
- 사망자 부상자 구속자 유족의 삶을 바치고도 모자라서 5.18 정신마저 묻어버립니까?
- 광주가 문화수도로 거듭나려면, 5.18 역사원형공간에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 문제를 극복했던 기억을 되살리고 전수할 수 있는 공간이야말로 문화가치가 높습니다!
2008년 6월부터 옛 전남도청 훼손을 막기위해, 5.18 기동타격대동지회가 도청 마당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2009년 5월 현재, 유족회와 부상자회가 그 농성장을 지키며 옛 전남도청별관 훼손을 온 몸으로 막고 있습니다. 옛 전남도청은 5.18 민중항쟁 마지막 항전지였습니다. 80년 5월에 생긴 총알 자국은 페인트로 덮어버렸지만, 역사적 공간으로 찾아가서 사건을 바라보아야 가장 정확한 역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옛 전남도청을 원형대로 보존하자는 것입니다. 역사가 담긴 광주를 보존하는 것이 선열들의 피 값에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개발의 한 귀퉁이나마 원형대로 남기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86년 12월 <망월묘지>
박종철을 고문했던 남영동은 원형을 공개해서 인권교육장으로 쓰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생명이 민주와 평화가 지속되도록 하는 힘의 봇물이 되었기 때문에 그 공간 원형을 만인과도 공유하고 후대와도 공유하는 것입니다. 도청에서 목숨을 걸고 지키려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우리는 정말 선열들의 목숨을 대신해서 잘 살고 있는 걸까요. 그토록 많은 사망자, 부상자, 구속자, 유족들의 삶을 다 바치고도 모자라서 아직도 회복되지 못한 명예, 살아남은 자들의 정신마저 무너뜨리고 묻어버려야 되겠습니까?
▶86년 12월. <투사의 밤 : 5.18 광주의거정신 계승하면 민주주의 쟁취된다>
서울 중구 원구단은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곳인데 1913년 일제에 의해 원구단은 헐리고 조선호텔이 섰습니다. 민족혼을 말살하려는 일본은 그렇게 우리 땅을 강제로 점령하고 역사적 공간을 유린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일본이 지은 도청 본관은 보존하고, 우리가 지은 별관은 허물려고 합니다. 본관과 별관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고, 5.18 당시 똑같이 쿠데타 군부로부터 광주를 지켰는데 말입니다. 광주시민이 자초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 현장을 원형대로 보존하는 것은 살아남은 광주인에게 남겨진 책임이며, 인권과 평화를 위해 살아갈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것도 광주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민중정신을 문화화하는 것이야말로 광주에 주어진 아시아적/세계적 역할입니다.
▶87년 6월 광주의거 청년동지회 <오청동춘계수련회 : 5월 정신 계승 어떻게 할 것인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광주로 정하는 과정에서 옛 전남도청 부지에 5.18 상징탑을 세우기로 하는 등,
5.18 역사성을 생각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보존되어 있는 원형 도청을 대신하는 5.18 상징물이, 도청 공간 자체가 말할 수 있는 것을 다 말해줄 수 있을까요. 광주는 민중항쟁 관련 표지석이 곳곳에 있으나 이미 대부분의 증거공간과 증거물은 훼손되어버렸습니다. 죽은 자들을 위로하는 묘역과 탑만 번지르르한 공간으로 포장되고 있습니다. 문제를 극복했던 기억을 되살리고 전수할 수 있는 공간이야말로 기념가치가 높은 문화입니다. 2004년 들불야학 터가 헐리게 되었을 때, 보존하고자 하는 관심도 논의도 없었습니다. 광주의 역사의식 결여는 차례차례 인권과 평화의 공간을 무심히 허물고 있어서, 뒤늦어 알게 되는 세계 민중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아픔과 원망을 안겨줄 것입니다.
▶ 미국인 엔드류 스쿠라스씨가 화려한 휴가를 보고 현장에 가보고 싶다며 한국의 친구들과 도청을 찾아와서 서명을 하고 갔습니다. 그는 역사의 현장인 도청이 온전하게 보존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채 8.7.19
우리의 광주가 문화수도로 거듭나려면, 5.18 역사 원형공간에 뿌리를 내려야 합니다. 절터에 절은 없고 탑만 남아있는 문화재와, 절터에 절이 있고 탑도 있는 문화재는 가치가 다릅니다. 역사의 원형을 복원하기 위해 전 세계가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시대를 살면서 그나마 남아있는 역사원형을 보존하는 것조차 못하고 서둘러 허물어버리려 한 것은, 일본이 창경궁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설치하고 왕조의 흔적을 허물어 창경원으로 격을 낮춘 것과 다름 아닙니다. 1940년 서울 사직단을 사직공원이라 하면서 격을 낮춘 것과 다름없습니다. 5.18 역사원형을 훼손하고 세우는 문화전당은, 문화의 꽃이 아니라 '자본의 시장'일 뿐입니다, '인권정신 모독'일 뿐입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광주의 자부심을 스스로 짓밟는 것입니다.
5.18 특별법 제정을 위해!
아시아문화전당 설계에 들어가기 전부터 공개적이고 포용력 있는 논의가 필요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반민주 / 일방적 소통방식 / 폭력성에 항거했던 광주에서, 일상적으로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관습이 자라고 있습니다. 이해관계를 버무려서 설득 관계를 엮어 내는 과정을 ‘참여문화’라고 보는데, 참여과정을 소홀히 하면서 만들어 낸 광주의 문화는, 광주가 이미 민주주의 빛을 잃어가는 것이고 광주가 문화의식이 시대에 비해 뒤떨어졌다는 티를 내는 것입니다. 설계에 들어가기 전부터 5월 관계자들, 민중민주 국민들과 폭넓은 논의를 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토록 처절한 일을 겪고도 아직 광주는 민주주의 문화가 성숙하지 못했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오월 민중항쟁의 역사현장이 소멸되는 것을 방치하고 외면하는 식의 빈약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는, 더구나 이권에 눈멀어서 오월의 간 쓸개까지 내주는 모습으로는, 5월 단체를 공법단체화 할 명분이 없습니다. 공감적 논의가 있었다면, 어떻게 5월 항쟁 피해자들의 명예도 미처 회복되지 않은 채 증거를 훼손합니까. 5월 유족회와 부상자회가 뒷북을 친다고 생각한다면, 동네 잔치 논의하듯 광주 안에서 결정할 문제인지 국민에게 물어야 합니다. 광주는 이미 세계인의 것인데, 광주에서 결정할 일이겠습니까.
▶ 91년 5월 3일 망월묘지
철거 계획을 되돌리기에는 기공식까지 마친 지금이 너무 늦게 느껴집니까? 고려시대 고려악부 견분곡과 보한집에서 유래한 옛 이야기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오수의 개' 이야기가 실화라는 것을 알게 되자 인간과 동물 사이의 휴머니즘 각인을 위해, 95년에 역사공간을 복원했습니다. 그 오래 전 역사를 복원하는 게 쉽지 않다보니 아쉬움이 많은 공간만 생겼다고 합니다. 그에 비하면 사라져버린 전남도청별관을 복원하는 것도 아니고, 버젓이 있는 것을 지키는 것입니다. 불 타버린 경복궁이나 숭례문을 복원하는 것에 비해, 철거 계획을 되돌리고 설계변경을 하는 것이야, 식은 죽 먹기지요.
▶ 95년 9월 23일 < 1차 오항동 월례회의 >
한국의 건축 기술은 세계적 수준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문제의 공간이 광주입니다, 서울처럼 지하가 복잡한 도시가 아닙니다. 아시아문화전당 설계공모에 당선된 우 교수가 전문가 입장에서 설계변경 가능하다는 의견도 밝혔습니다. 역사도 살리고 문화도 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살려 낸 공간에서 나눠야 할 정보와 5.18 역사정신을 마중물로 삼을 때 비로소, 마르지 않는 아시아문화의 꽃이 필 것입니다. 5.18 민중항쟁 사적지 옛 전남도청 별관을 보존하여 역사를 문화화 하는 광주가 되기를, 공존과 평화적 소통을 보장하는 민주주의 문화수도 광주가 되기를 바랍니다.
광주 5.18자유공원과 옛 전남도청 사수를 위해 대변인으로 활동(2008. 6) 한 고 김현채님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합니다."
- 백범 김구선생의 '나의 소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