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주] 회중기도문 _ 20090222
하느님!
일주일이 고되고 버거웠는데,
평안히 쉬면서 새힘 내는 날을 맞았습니다.
지금 저희들이 벗들과 만나 기쁨을 나눌 수 있음을,
안식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느님!
저희들에게 선물해주신 안식을
모든 생명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땅에 발 딛고 사는 모든 이들과 이 기쁨을 나누는 하루가 되길 원합니다.
정의와 평화와 안식을 더 많은 생명들과 나눌 수 있게
나날이 힘 키우는 천안살림교회가 되기를 원합니다.
하느님!
교회들은 이미 엄청나게 영향력이 큰 것을 압니다.
교회는 한동안,
하나님 이름으로 사회 변화를 끌어 올리는 마중물이기도 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교회는 구원자가 부활하는 곳이라 인정받아왔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교회가 하나님 이름으로 사회의 방탄벽이 되어,
변화를 저지한지도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세상을 구원할 자가 탄생할까봐 권력자가 벌벌 떨던 시절에 비하면,
구세주가 짐승 밥통에 몸을 담을 수밖에 없었던 이천 년 전에 비하면,
교회는 권력 뒤에 숨어서 속세를 수렴청정하고 있습니다.
예배당에, 교육관에, 수련원에, 공원묘지까지 갖춘 교회에서
평생을 품위 유지하고 존경 받겠다며
교양 있고 세련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
교회 울타리 밖 사회가 기독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던 시간은
이미 저만치 흘러갔습니다.
하늘의 영광과 땅의 평화를 위해 말씀이 육신이 되셨는데도,
교회는 이미 육신의 풍요에 젖은 소돔이 되었고
교회는 이제 구원의 선포를 외면하는 고모라가 되었습니다.
소돔과 고모라를 떠나야 하는 교회가
소돔과 고모라와 다를 바 없는 문제 집단이 되었으니,
사회와 타종교가 교회를 보면 웃음이 나온다 합니다.
하느님!
기독교의 영향력은 문어발처럼 강력하게 뻗어있고
공기처럼 온 세계를 드나들지만
교회의 공신력은 오래전에 추락해버렸습니다.
교회는 부적절한 리더였던 시절의 불행감에 빠진 채,
지난날의 죄 값에 대해 시치미 떼기에만 바쁠 뿐입니다.
옛날에 일궈놓은 겉치레 속에 무책임한 표정을 숨긴 채,
교회가 사랑해야 할 이웃들과의 잔치는
다시 시작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느님!
저희들이 교회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어도 되는지 무섭기만 합니다.
이름표를 내던지면 하느님 이름이 망령되이 일컬어질까 봐
저희들은 하느님 이름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하느님 이름을 살림으로써
민중을 살리고 민중인 저희들도 살고자 합니다.
지금 저희들에게 남아있는 옛것 투성이, 헛것 투성이 기독교성을 죽이고
악한 니느웨 사람들이 살아날 길을 연 요나처럼 살고자 합니다.
하느님 뜻을 공감하고,
이사야, 예레미야, 요나, 예수님과 공명하며,
여성, 어린이,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이주민, 새터민, 장애인과 연대하는
천안살림교회가 되기를 원합니다.
구더기 무섭다 멈추지 않고, 똥 더럽다 피하지 않고, 힘차게 고함쳤던 예언자들처럼
변태를 거듭해 날아와 봄을 맞이하는 나비처럼
한 단계 올라가는 천안살림교회 진급자들이 우리 모두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를,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