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정희창교수] 우리말 숲에서 2

실다이 2007. 6. 16. 22:08

 

 

14         서술격 조사의 활용  ( 2005-08-30 )

 

‘철수예요’일까, ‘철수에요’일까?

문제 1) ‘철수는 {장남이에요 / 장남이예요}.’
문제 2) ‘영숙이는 {장녀에요 / 장녀예요}.’
문제 3) ‘저는 {철수에요 / 철수예요}.’
문제 4) ‘저는 {영숙이에 / 영숙이예요}.’
문제 5) {아니에요 / 아니예요 / 아녜요}

어느 것이 옳을까? 자주 쓰는 말이지만 막상 글로 적으려고 하면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 난처할 때가 종종 있다.
우선 1번은 ‘장남이에요’가 답이다. 명사 ‘장남’에 서술격 조사 ‘이다’의 활용형인 ‘이에요’가 결합하여 ‘장남이에요’가 된 것이다. 2번 역시 1번과 같은 원리로 생각하면 된다. ‘장녀’에 ‘이에요’가 붙는다. 그렇지만 이때는 모음이 줄어들어(이에→예) ‘장녀예요’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서술격 조사 ‘이다’의 활용형인 ‘이에요’가 명사 뒤에 결합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3번과 4번도 그리 어렵지 않게 답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3번은 위와 마찬가지로 ‘철수’에 ‘이에요’가 결합하여 ‘철수이에요’가 되고 모음이 줄어들어 ‘철수예요’가 된다.
4번은 어떨까? ‘영숙’에 ‘이에요’가 결합하여 ‘영숙이에요’가 될까? 아니다. 이름에서 받침이 있는 글자로 끝날 때는 ‘영숙이’, ‘인성이’, ‘주환이’와 같이 언제나 접미사 ‘-이’가 붙는다. 그러므로 ‘영숙’이 아니라 ‘영숙이’에 ‘이에요’가 결합하여 ‘영숙이+이에요 → 영숙이+예요(줄어든 꼴)’가 된다. 따라서 ‘영숙이예요’가 정답이다.
명사에 ‘이에요’가 붙는 경우와는 달리 5번은 형용사 ‘아니다’의 어간인 ‘아니-’에 결합하는 경우다. 명사에 결합하는 경우가 아니므로 ‘이에요’의 서술격 조사 ‘이’는 필요가 없다. 어간과 어미는 바로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니-+-에요→아니에요’와 같이 된다. 발음으로는 [아니예요]로 소리가 나므로 ‘아니예요’로 잘못 적는 일이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니에요’는 줄어들면 ‘아녜요’가 된다.
‘이에요’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이어요’ 또한 ‘이에요’와 쓰임이 동일하다. ‘이에요/이어요’의 쓰임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받침이 없을 때 영숙이예요 영숙이여요
철수예요 철수여요
받침이 있을 때 장남이에요 장남이어요
신발이에요 신발이어요
아니다 아니예요 아니어요
(준말)아녜요 (준말)아녀요

 

 

15         지키고 싶은 말들      ( 2005-09-13 )

 

'개으르다'와 '게으르다'   

예전에 서울 말씨를 쓰는 연세가 지긋한 웃어른께 세배를 갔을 때의 일이다.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는 개을러서 아직 떡도 못했어요”라고 말씀을 하셨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게을러서’가 아닌 ‘개을러서’라고 말씀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방금 ‘개을러서’라고 하셨는데 ‘게을러서’와 차이가 있습니까?” 하고 여쭈었다. 그러자 ‘게으르다’는 보기 싫을 정도지만 ‘개으르다’는 그래도 봐 줄 만한 정도라고 대답을 해 주셨다. 그때까지 사전에만 올라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개으르다’가 실제로 ‘게으르다’와 구별되어 쓰이는 것을 확인한 셈이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개으르다’와 ‘게으르다’를 차이를 잊고 ‘게으르다’ 하나로만 살고 있다. 단어 하나를 쓰지 않는 것은 대수로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개으르다’를 버림으로써 잃게 되는 것은 단어 하나에 그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태도 하나하나를 나눌 줄 알았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섬세한 마음까지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알은체하다/알은척하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는 ‘아는 체하다/아는 척하다’가 이 말 대신 널리 쓰인다.

(1) ㄱ. 저기 너한테 아는 체하는 사람 네 친구니?
ㄴ. 저기 너한테 아는 척하는 사람 네 친구니?
‘아는 체하다, 아는 척하다’는 어떠한 사실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서 아는 것처럼 꾸민다는 뜻이다. 즉 “모르면 모른다고 하지 왜 아는 척하니?”와 같이 쓰인다. 그렇지만 (1)은 안면이 있는 사람에게 인사하는 표정을 짓는다는 뜻이다. 이럴 때에는 바로 ‘알은척하다, 알은체하다’를 써야 한다.

(2) ㄱ. 친구 하나가 내 이름을 부르며 알은체했다.
ㄴ. 저기 너한테 알은척하는 사람 네 친구니?

이처럼 ‘알은체하다/알은척하다’는 ‘아는 체하다/아는 척하다’와는 뜻이 다른 말로 이 말을 간직했다가 널리 쓴다면 우리말이 더욱 풍요로워지리라 생각한다.
한 가지 더 기억해 둘 것은 ‘알은척하다, 알은체하다’는 한 단어이고 ‘아는 척하다, 아는 체하다’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알은척하다’는 ‘알-+-은#척하다’와 같이 이루어진 말인데 보통의 경우 ‘알다’에 관형형 어미 ‘-은’이 결합하면 ‘안’이 되는 것과는 달리 ‘알은’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알은척하다, 알은체하다’가 한 단어로 굳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6           '그리고 나서'?  '그러고 나서'   ( 2005-09-27 )

 

다음 문장에서 잘못된 곳을 찾아서 고쳐 보자. 흔히 쓰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잘못된 곳을 찾을 수 있다.

(1) 밥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 물을 마셨다.
만약 여러분이 컴퓨터로 글쓰기를 하면서 문서 편집기에서 문서를 자동으로 교정해 주는 기능을 이용한다면 어느 곳이 잘못되었는지 쉽게 찾아낼 수 있다.
(1)에서 ‘그리고 나서’를 분석해 보자. 중요한 것은 ‘그리고’와 ‘나서’로 분석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나서’로 분석해야 한다는 점이다.
(2) 먹고 나서, 쉬고 나서, 잠자고 나서, 일하고 나서, 뛰고 나서…
그런데 위에서 알 수 있듯이 ‘-고 나서’ 앞에는 ‘먹-, 쉬-, 일하-, 뛰-’와 같은 동사만이 올 수 있다. ‘그리고 나서’처럼 ‘그리고’ 다음에 ‘나서’가 결합하는 구성은 국어에는 없다. 비슷한 기능을 가진 ‘그러나, 그런데’ 등을 연결해 보면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
(3) *그러나나서, *그런데나서
그러므로 ‘그리-+-고 나서’로 분석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동사 ‘그리-’는 ‘그림을 그린다’, ‘떠난 사람을 그린다’와 같이 쓰이는 말이 국어사전에 올라 있다. 모두 ‘그리고 나서’와는 의미가 맞지 않는다.

결론을 말하면 ‘그리고 나서’는 ‘그러고 나서’를 잘못 쓴 말이다. ‘그러다’는 동사이므로 의미도 맞아 떨어진다. 또한 ‘저러고 나서’, ‘이러고 나서’는 가능해도 ‘*저리고 나서’, ‘*이리고 나서’는 불가능한 것을 볼 때도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경우에 ‘그리고 나서’는 ‘그러고 나서’를 고쳐 써야 한다.
(3) 비가 내렸다. *그리고 나서(→그러고 나서)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철수는 괜히 짜증을 부렸다. 그리고는 무안했던지 나가 버렸다.”의 ‘그리고는’ 또한 ‘그러고는’을 잘못 쓴 것이다. ‘*그런데는, *그러나는’이 불가능한 반면에 ‘저러고는, 이러고는’은 가능한 것을 보면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4) 비가 내렸다. 그러고는 날이 추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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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내 이름 로마자로 적을까?     ( 2005-10-04 )

 

 한국 이름 로마자 표기법

외국어 능력 시험을 보거나 카드를 발급받을 때, 해외에 나가기 위해 여권을 만들거나 수속 절차를 밟을 때, 이 외에도 대학생이 된 이후로 더욱 자주 우리는 자신의 이름을 로마자로 적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곤 한다.


‘지금까지 써온 나의 로마자 이름이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에 맞는 표기일까?’ 한번쯤 궁금하게 생각해본 학생들도 여럿 있을 것이다. 이름은 고유명사이기 때문에 굳이 표기법과 일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외국인에게 한글을 발음대로 읽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공식적으로 지정해 놓은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해외에 나가서 한국으로 편지를 부치거나 해외에 있는 친지와 친구에게 편지를 보낼 때, 또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한국 지명이나 건물을 안내할 때는 로마자 표기법에 맞추어 표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의 기본 원칙>
제 1 항 국어의 로마자 표기는 국어의 표준 발음에 따라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 2 항 로마자 이외의 부호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위에서 명심해야 할 것이 ‘표준 발음’ 즉 발음대로 적는다는 것이다. 소리대로 적기 때문에 ‘종로[종노]’는 ‘Jongro’로 적지 않고 ‘Jongno’로 적는다. ‘신라[실라]’도 소리 나는 대로 적어서 ‘Silla’로 적는다.
이름은 한 글자 한 글자를 독립해서(각각의 발음대로) 적지만 그외의 단어는 한 단어를 연이어 읽을 때 소리나는 ‘발음’을 표기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다음 예를 참고하자.
ex) 이름:장빛나 → Jang Bitna 또는 Jang Bit-na
설악 → Seorak, 대관령[대괄령]→Daegwallyeong

 

 

19          ‘할게’와 ‘할걸’    ( 2005-10-11 )


헷갈리는 말 제대로 적기

“내가 할게”의 밑줄 친 부분을 한번 읽어 보자. 아마 대부분 [할께]로 읽을 것이다. 그렇지만 쓸 때는 ‘할게’로 적지 않고 ‘할께’로 잘못 쓰는 일이 적지 않다. 소리로는 [할께]지만 글자로 적을 때는 ‘할게’로 적어야 한다. 혹시 ‘할게’로 적어야 할지 ‘할께’로 적어야 할지 혼동이 된다면 다음과 같은 예를 기억해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1) 그렇게 할 게 없어?

위의 ‘할 게’는 ‘할 것이’가 줄어든 말이므로 ‘내가 할게’의 ‘할게’와는 전혀 다른 말이다. 하지만 이때도 소리는 [할께]로 나지만 적을 때는 ‘할 게’로 적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이러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면 ‘할게’를 ‘할께’로 잘못 적는 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할걸”의 ‘할걸’도 ‘할게’와 비슷한 경우다. 소리는 [할껄]로 나지만 글자로 적을 때는 ‘할걸’로 적는다. ‘할걸’ 또한 ‘할껄’과 혼동이 되기 쉬우므로 다음과 같은 예를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2) 철수가 할 걸 왜 우리가 해?

위의 ‘할 걸’은 ‘할 것을’이 줄어든 말이므로 ‘내가 할걸’의 ‘할걸’과는 전혀 다른 말이다. 하지만 이때도 소리는 [할껄]로 나지만 적을 때는 ‘할 걸’로 적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위의 ‘할게’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면 ‘할걸’을 ‘할껄’로 잘못 적는 일은 피할 수 있다.
아래의 표는 ‘할게’와 ‘할걸’을 분석한 표로 동사 ‘하-’의 어간에 어미 ‘-ㄹ게’와 ‘-ㄹ걸’이 결합한 말임을 보여 준다. 결론적으로 국어에는 ‘할께’와 ‘할껄’로 적는 말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받침이 없는 동사 ㄹ받침이 있는 동사 ㄹ이외의 받침이 있는 동사가- + -ㄹ게/걸 올- + -게/걸 먹- + -을게/걸
예) 내일 아침에 갈게(갈걸).
예) 여섯 시까지 올게(올걸).
예) 배가 고프면 먹을게(먹을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