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랑

법륜스님, 지금 여기 깨어 있기

실다이 2016. 3. 2. 21:23



지금 여기 깨어 있기

법륜스님

정토출판_2014.12.19


117

뭐가 되게 해 달라는 기도보다는 자기를 돌이켜보는 기도가 수천수만 배로 더 큰 복을 가져다주는 거예요.


121

'일체유위법', 즉 갖가지 형상이라고 하는 것, 명예니 이름이니 하는 모든 함 있는 법은 모두 '여몽환포영', 꿈 같고 환상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다. 실체가 없다. 텅 비었다는 것이지요. '여로역여전', 아침 이슬 같고 번갯불 같다, 무상하다, 금방 변해버리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응작여시관', 이렇게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무아이고 무상임을, 공임을, 텅 빈 것임을, 잠시 머물다가곧 사라져버리는 신기루 같은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속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는 가운데서도 정신을 차리고, 속는 가운데서도 속는 줄을 알아야 합니다. 아, 내가 속았구나, 하고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123

언제나 삶에서 부딪히는 일을 안으로 살펴야 해요. 타성적으로 보지 말고 새로이 돌아봐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무슨 일이 일어나도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어요. 울고 있어도 슬픔에 빠지지 않고, 웃고 있어도 기쁨에 빠지지 않고, 병이 나고 늙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야 안심입명이라고 할 수 있지요.


133

참선을 하는 데는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첫 번째로 큰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부처님의 말씀, 스승의 말씀에 대한 깊은 믿음인 신심이 있어야 해요. 다음으로 큰 의문인 의심이 일어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제까지 이것을 몰랐음을 분하게 여기고 알려고 하는 강력한 의지가 일어나야 합니다. 쉽게 말해 '내가 여태껏 이것도 모르고 살았다니! 어떻게든 밝혀서 알고야 말겠다'라는 분심이 있어야 해요. 누가 미워서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도 몰랐다니!' 하는 큰 분발심이 일어나야 수행의 힘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화두를 참구하는 데는 대신심, 대의심, 대분심, 이 세 가지가 삼발이처럼 있어야 합니다.



항상 자기 마음의 모순을 직시할 때 깨달음의 길이 열립니다. 그러니 밖을 보지 말고 안을 봐야 합니다.


194

"탑 앞의 소나무가 되어라."

소나무가 어릴 때는 탑에 가려 자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탑을 원망하지만 사실은 탑을 원망할 일이 아니라는 거예요. 소나무가 자라면 소나무가 오히려 탑을 가린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불평하지 말고, 남 탓하지 말고, 너나 똑바로 하라는 말이지요.


210

밖에서 보는 사람은 왜 저걸 못 고칠까 싶지만 그 사람은 그 순간에는 생각이 그렇게 일어나버리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마음이 그렇게 일어나는 것이지요. 이것을 불교 옹어로 '업'이라고 합니다. 업은 원래 불교 용어가 아니라 인도에서 예부터 쓰던 전통용어입니다. 불교만의 용어로 하면 오온 중 '행', '상카라'가 여기에 가깝습니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습관 또는 무의식이지요. 거기에서 마음이 일어나서 행동이 따라가는 겁니다.


212

하나하나 따지고 분석하며 살펴보면 결국은 이 모든 것이 다 자기 내면으로부터 일어남을 알 수 있습니다. 똑같은 비가 와도 밭에다 어떤 씨앗을 심었느냐에 따라서 어디에는 호박 싹이 트고 어디에는 참외 싹이 트고 어디에는 참깨 싹이 틉니다. 밭에물을 뿌려 싹이 텄다고 하더라도 밭이나 물이 근본 원인은 아닙니다. 남편을 잘모 만나서, 자식을 잘못 만나서, 친구를 잘못 만나서 이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기 내면에 그렇게 싹이 틀 씨앗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예요. 반면에 아무리 씨앗이 있다 하더라도 밭에 심지 않으면 싹이 트지 않습니다. 밭에 심어서 싹이 트니까 마치 직접적인 원인이 밭에 있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여기서 착각이 일어난 것이지요. 이것이 전도몽상입니다. 그래서 시각을 밖으로 돌리지 말고 안으로 돌려서 내면을 깊이 관찰하라는 것입니다.


220

불보살이 왜 정토를 건설하겠다고 발원했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남녀 불평등이 없는 세상, 신체장애가 없는 세상, 신분 차별이 없는 세상, 기아가 없는 세상, 질병이 없는 세상, 전쟁이 없는 세상이 중생을 위해서만 있는 게 아니에요. 바로 정토 건설은 나를 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