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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광장

실다이 2009. 10. 24. 21:31

광장(廣場)- 최인훈

 

●줄거리

주인공 이명준은 해방 후 만주에서 귀국하였다. 서울에서 그의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 이형도가 당신의 이념에 따라 월북하자 그는 아버지의 친구인 변 선생의 후의로 더부살이를 한다. 대학의 철학과에 다니면서 그는 변 선생의 아들인 태식과 가까이 지내면서 현실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고 지내지만 현실에 대하여 깊은 환멸을 느낀다. 자기만의 밀실에 들어 앉아 현실을 관념적으로만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던 중 월북한 남로당원 아버지로 인해 명준은 경찰서에 끌려가 취조를 당하게 되고, 고문을 당하게 된다. 이 일로 인하여 비로소 현실에 눈을 뜬 그에게 비친 남한의 현실은 타락하고, 부조리하며, 보람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는 윤애라는 여인과의 사랑을 통해 이 관념과 현실의 간격을 없애려 노력하나 실패하고 번민과 환멸 속에 인천에서 배를 얻어 타고 월북하고 만다.

그러나 그가 찾아 월북한 북한도 만족한 곳은 아니었다. 이상적인 혁명가로 생각했던 아버지는 젊은 여자와 재혼하여 부르주아적인 생활을 하고 있고, 북한은 혁명은 간데 없고 혁명의 자취만 있는 곳이었다. 즉, 이데올로기와 허위에 가득찬 곳이었다. 공개적인 광장만 있을 뿐, 개성적인 삶은 없는 곳이었다.북한에서 그는 아버지의 힘으로 노동신문의 기자가 되지만 그가 작성한 기사가 당 간부들에게 핀잔을 듣자, 기자 생활을 버리고 노동판에 뛰어들어 작업한다. 그러던 중 실족으로 다리를 다치게 되고, 위문온 무용수 은혜와 만나 새로운 사랑을 누리게 된다. 북한 사회에서 못 느끼는 삶에 대한 애착을 은혜를 통해 느끼려는 듯 명준은 은혜에게 매우 집착한다. 은혜의 모스크바 유학으로 명준은 은혜와 떨어지게 된다.

한국 전쟁이 발생하고 인민군 정치보위부 장교가 되어 서울로 남하한 명준은 그곳에서 친구인 태식과 그의 아내가 된 옛 여인 윤애를 만나게 된다. 점령군 장교로서 그는 간첩 혐의로 잡혀온 태식을 구하기 위해 찾아온 윤애를 겁탈하려고 하나, 하지 못하고 둘을 탈출시킨다. 그리고는 치열한 낙동강 전투에 배치받아 가게 된다. 거기서 명준은 뜻밖에 간호병으로 자원 참전한 은혜를 다시 만나 동굴 속에서 재회의 기쁨을 누린다. 재회 속에 명준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명준에게 말하고 헤어져 가던 중 그녀는 전사하고 만다.

결국 밀리는 전투 속에서 포로가 된 명준은 포로교환이 있을 때 남한도 북한도 아닌 중립국을 택한다. 그가 본 두 사회는 모두 환멸만이 있으며, 보람있는 삶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는 인도로 가는 배 위에서 갈매기를 은혜와 딸의 환영으로 보고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하고 만다.

 

●핵심정리

▶갈래 : 중(장)편 소설, 사회소설

▶배경 :

시간적 배경 : 8․15 해방에서 6․25 종전 사이

공간적 배경 : 남한과 북한

※ 현재의 공간적 배경 : 인도로 가는 타고르호(號) 선상(船上). 회상 속의 배경 : 6․25 당시의 남한과 북한.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성격 : 관념적, 철학적

▶문체 : 과거 회상의 독백체와 관념적 문체.

▶주제 : 이데올로기의 갈등 속에서 이상적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

작가는 북쪽에 사회 구조가 갖고 있는 폐쇄성과 집단 의식의 강제성을 고발하면서 동시에 남쪽의 사회적 불균형과 개인주의를 비판하다.

제 3자적인 입장에서 볼 때 남과 북 어느 쪽도 진정한 인간 삶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제재이자 상징적 의미- 밀실과 광장

1. 밀실- 자신만의 은밀한 삶의 공간(=개인적인 삶의 공간)

2. 광장- 사회적 삶의 공간 (=집단적인 삶의 공간)

⇒ 바람직한 인간의 삶이란 두 삶의 방식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밀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광장을 찾아 나섬(=월북)

*밀실: 남쪽의 삶의 구조

*광장: 북쪽의 삶의 구조

⇒ 광장에서 절망한 후 은혜와의 밀실 기도

⇒ 최후에 선택한 바다 (이념이 배제된 밀실이며 사랑이 성취되는 광장)

●<광장, 동굴, 밀실의 상징적 의미>

▶ 상징적 의미

광장 : 사회 중심적인 세계. 개인적 존재 가치가 침해되기도 함

동굴 : 자기 중심적인 세계. 타인의 간섭을 안 받는 개인적 세계

▶바다'(푸른 광장)의 상징성- 바다는 생명의 본향이라는 원형적 심상과 함께 죽음 뒤에 오는 새로운 탄생에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갈매기'의 상징성-

① 선상에서 맨 처음 갈매기- 감시자의 눈길로 불안감을 준다.

② 시간이 흐르면서 갈매기의 인상(상징성)- 명준의 아픈 사랑의 과거를 떠오르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특히 은혜와 그 딸을 상징한다.

 

●구성

▶발단 :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고초를 겪다가 명준도 월북함.

▶전개 : 북쪽 사회의 부자유와 이념의 허상에 환멸을 느낌.

▶위기 : 인민군으로 종군하다가 포로가 됨.

▶절정 : 포로 석방 때 제3국을 선택함.

▶결말 : 타고르호(號)에서 바다로 투신함.

 

●등장인물

▶이명준 : 주인공. 철학도. 전쟁 포로. 남한과 북한을 오가면서 남한의 나태와 방종․북한의 부자연스러운 이념적 구속에 환멸을 느끼고 진

정한 '광장'을 찾아 중립국으로 가기로 하지만, 결국 삶의 참된 가치의 실현에 의문을 느끼고 배 위에서 바다로 투신 자살함.

▶이형도 : 명준의 부친. 월북한 혁명가. 이상적인 혁명가가 아닌 부정적 이미지를 보임. 남로당원으로 월북하여 북한에서 고위 관리를 하

고 있지만, 명준에게 이상적 혁명가의 모습을 보이지 못함으로써 역시 회의의 대상이 됨.

▶윤애 : 명준의 남쪽 애인. 명준의 월북 후 명준의 친구 태식과 결혼하여 평범하게 사는 여인.

▶은혜 : 명준의 북쪽 애인. 발레리나. 북한군 간호 장교로 종군하다가 명준의 아이를 가진 채 전사(戰死). 명준의 삶에 어떤 실마리를 제공

할 수 있었던 여인.

▶갈매기 : 중요한 소재. 배 위에서 은혜와 그의 딸로 상징됨. 명준 자살의 동기가 됨.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이념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있다. 곳곳에 스며있는 낭만적인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이념에 의한 남북한의 분단과 그로 인한 비극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밀실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마음껏 소리치고 누릴 수 있는 광장도 필요하다.

이 작품은 두 가지에서 의미가 있다. 하나는 남북 분단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본격적인 장편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었던 것은 4.19 때문이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4.19에 의해 남북 분단을 정면으로 다룰 수 없다는 금기가 깨졌다는 것이다. 작자는 이명준이 남한도 북한도 선택하지 않고 제 3의 중립국을 택한다는 것은 현실에서의 패배이며 죽음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조국의 현실을 벗어난 제 3의 길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주의적이고 관념적인 지식인의 망명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은 민족의 현실에 대한 투철한 인식이 없이 남북한을 단순히 양자택일적인 것으로만 인식한 결과이다. 둘째, 이 작품이 남북한의 문제를 밀실과 광장이라는 인간의 본래적인 존재의 문제와 연결시켜 놓았다는 점이다. 인간에겐 누구나 자기의 고유의 밀실이 필요하면서, 동시에 타인과 교섭하면서 공동체적 삶을 살 광장이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주인공은 진정한 시민적 광장에 대한 진실한 추구보다는 자신의 관념적이고 폐쇄된 밀실에 너무 기울어져 있었다.

이 소설에서 '바다'는 여성을 상징하는 원형상징으로 쓰이고 있다. 이명준이 바다에 빠져 자살하는 것을 '은혜와 그 아기에 대한 사랑 희구'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주인공은 인간중심주의적인 삶을 살다가 좌절한다. 그리고자신의 몸을 바다에 던짐으로써 사랑을 구한다. 여기서 자살은 가치있는 삶의 성취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어떤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인간성이나 정당한 삶의 조건을 상실당한 인물들이 결국은 새로운 삶을 영위해 나가는 구조를 지닌 작품을 '상실과 되찾음의 이야기 구조'라 한다. 이러한 구조는 분단 문학에 자주 등장한다.